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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씨 과태료20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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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치유농업사 2010. 8. 14.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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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끄러워 죽겠다 '공포의 말매미'
소음진동관리법 기준 넘는 80dB
지하철역 전동차 들어올 때와 맞먹어

강남 매미가 더 크게 운다
개발 때 심은 플라타너스 가로수 탓
말매미가 아파트 단지 등 장악

소리없는 매미가 더 무섭다
과일 농사 망치는 중국산 '꽃매미'
최근 몇년새 1000배 이상 늘어나

이르면 5월말부터 울기 시작해 흔히 여름의 전령(傳令)으로 불리는 매미. 이슬만 먹고 사니 맑고 곡식이나 채소를 훔쳐먹지 않으니 염치가 있고 집 없이 사니 검소하다며 문인들은 '문(文)·청(淸)·염(廉)·검(儉)·신(信)'의 다섯 가지 미덕을 가졌다고 했다.

그러나 요즘 매미는 천덕꾸러기다. 농촌에서도 도시에서도 달가워하지 않긴 마찬가지다. '강남 매미가 더 억세다', '승강기를 타고 아파트를 오르내린다' 등의 각종 설(說)에 휘말린다. 진실은 뭘까.

매미에 과태료 200만원?

고작 나무 수액이나 빨아먹고 사는 매미 울음이 커봐야 얼마나 되겠냐고 얕보면 큰코다친다. 호주산 삼각머리매미와 배주머니매미 울음소리는 120dB(데시벨·소리의 상대적 크기를 나타내는 단위)이나 된다. 지하철역 승강장에 전동차가 들어올 때 소리 크기가 80dB쯤이고, 공사장 소음이 60~90dB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매미 울음도 만만치 않다. "맴맴"이라고 울어 매미라는 말의 기원이 된 참매미 소리가 60dB이다. 소음진동관리법 기준으로 200만원까지 과태료를 물릴 수 있는 수준이다. 생활소음을 규제하는 이 법은 옥외 설치 확성기 소음이 60dB(오전 7시~오후 6시는 65dB)을 넘으면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요즘 도심 아파트단지와 주택가를 장악한 말매미 울음소리는 80dB 이상이다. 말매미가 국내 매미 중 가장 크게 운다.

강남 매미가 더 시끄럽다?

서울 강북보다 강남의 매미가 더 크게 운다는 연구도 있다.

곤충 연구가 한영식씨는 "강남 매미가 성격이 고약해서 그런 게 아니라 소음의 주범인 말매미가 강남에 더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강남 개발 초기에 획일적으로 플라타너스를 가로수로 심어 말매미가 득세하게 됐다는 것이다. 비슷한 이유로 안산 등 수도권 신도시에도 말매미가 기승을 부린다. 도심 재개발이 순차적으로 진행된 강북의 경우엔 말매미 외에도 애매미와 참매미 등 다양한 종류의 매미가 분포해 소음이 상대적으로 덜하다는 분석이다.

매미전문가 이영준 박사는 말매미의 강한 생존력과 번식력을 원인으로 꼽았다. 그는 "말매미가 유독 강남 아파트 단지나 여의도, 올림픽대로 주변 같은 대도시 인구밀집 지역에 많은 이유는 아파트 공사나 개발을 위해 파헤쳐진 지역을 선점한 말매미가 개체수를 빠르게 불렸기 때문"이라고 했다.

소리없는 사고뭉치 꽃매미

도시와 반대로 농촌은 소리없는 꽃매미 때문에 시름에 잠겨 있다. 2004년부터 눈에 띄게 늘기 시작한 꽃매미는 중국에서 넘어왔다고 해서 '중국매미'로도 불린다. 발음기가 없어 울지 못한다. 등껍질이 붉어 화려해보이기까지 해 '주홍날개꽃매미'란 이름이 붙었다. 동식물 분류상 말매미·참매미 등과 목(目)은 같지만 과(科)가 다른, 엄연히 다른 종(種)이다.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에 따르면, 2006년 1㏊였던 꽃매미 피해지역이 이듬해 7㏊, 2008년 91㏊로 늘어났고 작년에는 무려 2900여㏊에 달했다. 국립농업과학원 최영철 곤충산업과장은 "최근 몇년 동안 꽃매미 개체수가 1000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추산된다"며 "올해 피해는 작년보다 다소 줄 것으로 보이지만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꽃매미는 포도 등 과일나무 한 그루당 수십 마리가 붙어 즙을 빨아 먹고 배설물을 배출해 그을음병을 일으킨다. 수확량도 대폭 감소한다. 국립산림과학원 신상철 산림병해충연구과장은 "가죽나무와 참죽나무 수액을 빨아먹어 말라죽게 했던 꽃매미가 최근 들어 당도가 높은 포도나무로 떼지어 옮겨갔다"며 "2005년만 해도 김포 등지에서만 보이던 꽃매미가 지금은 전국 곳곳으로 확산됐다"고 말했다.

매미도 야근?

예전 매미는 옛 문인들 말대로 신의(信義)가 있었다. 어두워지면 울음을 멈췄고 여름이 가면 미련없이 자취를 감췄다. 떠나야 할 때를 잘 알았고 울 때와 멈출 때도 가렸다는 얘기다. 요즘 매미는 좀 다르다. 말매미는 6월 하순에 출몰해 10월 초순까지 울어댄다. 밤낮도 가리지 않는다. 중국과 동남아시아 등지에 분포하는 남방 계열의 말매미가 국내에서 설치게 된 건 지구 온난화 탓이라는 분석이 많다. 종마다 다르지만 매미는 대개 섭씨 15~18도 이상이 돼야 울기 시작한다. 온도가 오를수록 발음근이 당겨지는 힘도 커져 울음소리도 강해진다. 아열대성 기후에 가까워지자 우는 시기도 앞당겨지고 수명도 길어졌다는 것이다. 밤새 환한 조명 탓에 낮과 밤도 구별 못 해 끊임없이 울어댄다. 곤충연구가 한영식씨는 "매미들 눈엔 야간 조명이 흐린 낮 정도로 여겨져 어두워져도 쉬지 않고 운다"고 말했다.

20층 이상 고층 아파트 방충망에 붙어 우는 매미의 비상(飛翔) 능력도 눈길을 끈다. 국립생물자원관 김태우 박사는 "매미가 승강기를 얻어타고 올라가는 것이라 생각하는 이들도 있지만, 나무에 사는 매미가 그 정도 높이를 날아오르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수컷과 암컷의 성비(性比)가 맞지 않아 많은 수컷이 그렇게 밤새 울어댄다는 주장도 있지만, 전문가들은 '지나친 추측'이라고 일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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