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끄러워 죽겠다 '공포의 말매미'
소음진동관리법 기준 넘는 80dB
지하철역 전동차 들어올 때와 맞먹어
강남 매미가 더 크게 운다
개발 때 심은 플라타너스 가로수 탓
말매미가 아파트 단지 등 장악
소리없는 매미가 더 무섭다
과일 농사 망치는 중국산 '꽃매미'
최근 몇년새 1000배 이상 늘어나
이르면 5월말부터 울기 시작해 흔히 여름의 전령(傳令)으로 불리는 매미. 이슬만 먹고 사니 맑고 곡식이나 채소를 훔쳐먹지 않으니 염치가 있고 집 없이 사니 검소하다며 문인들은 '문(文)·청(淸)·염(廉)·검(儉)·신(信)'의 다섯 가지 미덕을 가졌다고 했다.
그러나 요즘 매미는 천덕꾸러기다. 농촌에서도 도시에서도 달가워하지 않긴 마찬가지다. '강남 매미가 더 억세다', '승강기를 타고 아파트를 오르내린다' 등의 각종 설(說)에 휘말린다. 진실은 뭘까.
매미에 과태료 200만원?
고작 나무 수액이나 빨아먹고 사는 매미 울음이 커봐야 얼마나 되겠냐고 얕보면 큰코다친다. 호주산 삼각머리매미와 배주머니매미 울음소리는 120dB(데시벨·소리의 상대적 크기를 나타내는 단위)이나 된다. 지하철역 승강장에 전동차가 들어올 때 소리 크기가 80dB쯤이고, 공사장 소음이 60~90dB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매미 울음도 만만치 않다. "맴맴"이라고 울어 매미라는 말의 기원이 된 참매미 소리가 60dB이다. 소음진동관리법 기준으로 200만원까지 과태료를 물릴 수 있는 수준이다. 생활소음을 규제하는 이 법은 옥외 설치 확성기 소음이 60dB(오전 7시~오후 6시는 65dB)을 넘으면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요즘 도심 아파트단지와 주택가를 장악한 말매미 울음소리는 80dB 이상이다. 말매미가 국내 매미 중 가장 크게 운다.
강남 매미가 더 시끄럽다?
서울 강북보다 강남의 매미가 더 크게 운다는 연구도 있다.
곤충 연구가 한영식씨는 "강남 매미가 성격이 고약해서 그런 게 아니라 소음의 주범인 말매미가 강남에 더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강남 개발 초기에 획일적으로 플라타너스를 가로수로 심어 말매미가 득세하게 됐다는 것이다. 비슷한 이유로 안산 등 수도권 신도시에도 말매미가 기승을 부린다. 도심 재개발이 순차적으로 진행된 강북의 경우엔 말매미 외에도 애매미와 참매미 등 다양한 종류의 매미가 분포해 소음이 상대적으로 덜하다는 분석이다.
매미전문가 이영준 박사는 말매미의 강한 생존력과 번식력을 원인으로 꼽았다. 그는 "말매미가 유독 강남 아파트 단지나 여의도, 올림픽대로 주변 같은 대도시 인구밀집 지역에 많은 이유는 아파트 공사나 개발을 위해 파헤쳐진 지역을 선점한 말매미가 개체수를 빠르게 불렸기 때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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