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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과학기술의 원천은 ‘체험형 교육’

치유농업사 2010. 5. 26. 09:08

프랑스 과학기술의 원천은 ‘체험형 교육’ ‘2010 라망 알라빠뜨 세미나’ 현장 취재 2010년 05월 26일(수)

에펠탑, 개선문, 루브르박물관, 몽마르뜨언덕… ‘프랑스’ 하면 일반적으로 패션, 예술, 와인, 건축 등의 키워드가 머리 속에 떠오른다. 이런 이유로 프랑스는 과학기술보다는 문화와 예술 분야에서 국가 브랜드를 높여온 나라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프랑스는 문화예술과 더불어 과학기술도 매우 발달한 나라다. 자원부족국가인 프랑스는 오래 전부터 유럽의 과학기술 중심지로 서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다. 특히 제2차 세계대전 후 원자력, 교통, 항공우주, 해양 등 몇 가지 과학기술 분야를 선정해 적극 지원함으로써, 이제는 원자력의 나라, TGV의 나라로 불릴 수 있는 과학기술강국의 기반을 마련했다.

실제로 우리나라도 프랑스의 과학기술로부터 도움을 받아왔다.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위성인 우리별 1호가 프랑스의 아리안로켓에 실려 쏘아 올려진 사례를 비롯해, 잘 알려진 KTX의 원천기술, 울진원자력발전소의 원천기술 등이 그것이다.

▲ 루브르박물관의 모습. 프랑스는 문화예술 뿐만 아니라 과학기술도 매우 발달한 나라다. 

손으로 직접 만지고 체험하는 교육

과학기술강국 프랑스의 저력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체험형 과학교육’에 정답이 숨어 있다. 프랑스의 과학교육은 어릴 때부터 실제 체험을 통해 개념을 알아 가는데 큰 비중을 두고 있다. 예를 들어 미터(m) 단위 측정에 대해 배울 때는 운동장에 나가 10미터마다 표시하고 직접 걸어보는 등 체험 위주의 구체적인 방법으로 개념을 파악한다.

▲ 프랑스 과학교육은 어릴 때부터 실제 체험을 통해 개념을 알아가는데 큰 비중을 둔다. 
이러한 프랑스 과학교육의 지향점을 쉽게 파악할 수 있는 대표적인 프로그램이 ‘라망알라빠뜨’(La main à la pâte)다. 라망알라빠뜨는 프랑스어로 ‘손으로 반죽을’ 이라는 뜻이다. 즉 밀가루 반죽을 손으로 직접 만지면서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 내듯이, 손으로 직접 만들어보고 체험함으로써 과학의 개념을 알아가는 교육 프로그램이다.

라망알라빠뜨는 1996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조르주 샤르파크(George Charpark) 박사에 의해 처음 실험적으로 실시됐다. 초창기에는 300여개의 교실에서 작은 실험을 하는 형태로 진행되다가, 2000년 5천여 교실에 확산되기 이르렀고, 2002년 프랑스 교육부의 과학교육 개혁정책이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정식으로 도입됐다.

프랑스 정부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어린이들이 직접 다양한 과학실험을 함으로써 과학 원리를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2006년부터는 체험 및 실험 프로그램을 좀더 구체적으로 진행하며 교사와 훈련자들을 위한 교수법 DVD 가이드 등 노하우를 담은 리소스를 전 세계에 제공하고 있다.

과학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 논의

이러한 라망알라빠뜨 프로그램을 전 세계 과학기술 및 과학교육 관계자들에게 좀 더 구체적으로 소개하는 라망알라빠뜨 세미나가 지난 5월 17일부터 일주일간 프랑스 국제교육연구센터(CIEP)에서 진행됐다.

▲ 2010 라망알라빠뜨 세미나에는 34개국 50여명의 과학교육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전 세계 34개국 50여명의 과학교육 전문가들이 참석한 이번 세미나에서는 프랑스의 체험형 과학교육 프로그램 소개, 과학교육 현장 방문, 각국의 과학교육 프로그램 실제 사례 공유 및 토론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워크숍에 참가한 각국 전문가들은 세미나가 진행되는 동안 진지한 질의와 토론을 이어가면서 프랑스 과학교육과 자국 과학교육의 비교 분석을 통해 과학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과학원리를 이미지로 표현한다

그렇다면 라망알라빠뜨 프로그램은 어떻게 진행되는 것일까. 라망알라빠뜨의 프로그램은 유치원생 및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짜여진다. 교사가 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과학수업 내용을 구성한 후, 크게 3단계로 나눠 수업을 진행한다.

먼저 주제에 대해 학생들에게 이미지를 그리게 한다. 주제에 대한 과정과 결과를 직접 예상하게 함으로써 학생들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키워주는 단계다.

▲ 교사와 학생의 활발한 질의 응답이 진행되고 있는 프랑스 초등학교 과학수업 현장. 

다음으로 교사가 학생들이 그린 이미지를 취합해 가장 잘된 이미지에 대해 토론한 후 칠판에 붙이고, 대략 6명씩 그룹으로 묶어 한 그룹씩 직접 실험에 임하게 한다. 물론 교사가 직접 시범을 보이는 과정도 포함돼 있다. 이를 통해 교사와 학생, 학생과 학생 간 질문과 토론 등의 상호 작용이 실험시간 내내 지속적으로 진행된다.

마지막으로 교사가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실험의 내용을 총괄 정리하고 학생들과 질의응답을 하면서 수업을 마치게 된다.

‘어떻게 파악하느냐’가 중요

▲ 세미나 현장에서 직접 체험해 보는 프랑스의 라망알라빠뜨 프로그램.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프랑스의 과학교육이 ‘알고 있느냐’ 보다, ‘어떻게 파악하느냐’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즉 과학적 개념을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체험을 통해 경험함으로써 자연스러운 개념 습득, 더 나아가 상상력과 창의력을 동시에 양산할 수 있는 개념 습득을 가능하게 한다. 이러한 교육 방향은 학생들의 자발성과 독창성을 높일 수 있는 계기이며, 미래 교육이 강조하고 있는 방향이기도 하다.

탐구활동 중심의 교사연수 진행

라망알라빠뜨 조직위원회는 과학적 개념을 알아가는 과정에 중점을 둔 과학교육 프로그램을 활성화하기 위해 각 학교에 과학실험 자료 및 도구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관련 분야 전문가가 직접 참여하는 교사연수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지난 2000년부터 이미 교사, 공무원, 라망알라빠뜨 직원이 함께 커리큘럼을 짜고 있으며, 지역별 센터를 구축해 관련 분야 전문가와 함께 직접 실험하고 커리큘럼에 대해 논의하는 교사연수를 진행하고 있다.

교사들은 각기 다른 레벨에서 수준에 맞는 교육을 받는데, 지식 위주의 교육이 아닌 학생들과 동일한 탐구활동 중심의 교육을 받게 된다. 이밖에도 컨퍼런스 및 심포지엄 개최, 교사·과학자·전문가의 네트워크 조성, 과학교육 리소스 개발 및 공유, 과학커뮤니티 구축 등 교사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 세미나에 참석한 각국 전문가들은 세미나가 진행되는 동안 진지한 질의와 토론을 이어갔다. 

체험형 프로그램의 공유와 확산

라망알라빠뜨 관계자에 따르면 프랑스 정부는 이 세미나를 통해 프랑스의 체험형 과학교육 프로그램을 더욱 새롭게 단장하고, 라망알라빠뜨 프로그램을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고자 한다. 각국에서 참여한 과학교육 전문가들의 활발한 토론을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도입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감으로써 참여와 공유, 체험을 강조하는 과학교육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과학기술강국으로의 또 다른 도약을 꿈꾸는 프랑스의 저력은 라망알라빠뜨 프로그램을 통해 만들어지는 아이들의 상상력과 창의력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장미경 기자 | rose@kofac.or.kr

저작권자 2010.05.26 ⓒ Science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