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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아비

치유농업사 2006. 11. 13. 12:06

늦은 가을 서릿발이 하얗게 내린 아침이다

몇일전에 꺾어놓은 서리태 콩이 궁금하여 밭엘 나가보니

콩잎이 남실남실 돋아날때 세워둔 허수아비가

아직도 쓸쓸하게 두팔을 벌리고 있다

 

고라니가 내려와 콩을 뜯어먹는것을 방지 하기위해

세워 뒀는데 첨에는 그럴싸 하던 허수아비도

세월이 흐르니 축 처진 어께 찢어진 밀짚 모자에

다리 하나가 빗겨져 있는것을 바라 보느라니

가슴이 울컷 올라오는 감정에 눈가엔 눈물이 고인다

 

허수아비도 생명이 있구나

허수아비도 세월이 있구나

진작 해체 했어야 하는 자책에 따른 감정이다

아직 서릿태를 털기에는 덜 말라 있기에

조심스레 허수아비를 해체하여 화장을했다

 

이승을 떠나거든 아름다운 생명으로 태어나서

아들 허수도 만나고 허수 엄마도 만나서 행복하게 살라고

산비탈을 휘어넘는 서릿바람이 차갑다

 

기러기 쉬어 갈곳없이 구름한점 없는 하늘엔

북녁에서 날아온 독수리들의 비상이 아름답다

                

 

                                  박인수님의 글